top of page
Anchor 1

​캠핑

​캠핑 x 케이스

  모든 준비가 완벽했다.

  일주일 전 깔끔하다고 소문난 오토 캠핑장에 완벽한 자리를 예약했고, 사흘 전 캠핑에 필요한 용품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어젠 마트에서 아주 신선한 바베큐용 소고기를 샀고, 오늘은 평소라면 잊고 챙기지 않았을 법한 부탄가스까지 제대로 챙겨서 나왔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인간으로선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그 문제.

  바로, 날씨였다.

  두꺼운 물방울들이 계속해서 차 앞 유리에 떨어졌다. 와이퍼 또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것은 시야 확보에 약간의 도움을 준 것뿐이었다.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었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시원한 물방울이 내 손바닥 위로 떨어졌다. 어느새 축축해진 손바닥을 보고 있자니, 내 마음은 점점 우울해져만 가는 것이었다.

  "괜찮아, 형. 난 정말 괜찮대도."

  운전석에서 핸들을 잡고 있는 사쿠라이가 말했다. 난 그의 말을 들었지만, 그의 괜찮다는 말엔 절대 동의할 수가 없었다. 그의 한 번뿐인 휴가를 이렇게 시원하게 망쳐버렸으니.

  "뭘 괜찮아. 하나도 안 괜찮은 거 다 알아."

  "아닌데, 진짠데."

  "...."

  솔직히 말하자면 캠핑에 대한 아쉬움보단 그를 향한 미안함이 더 컸다. 연인이 된 며칠 후 공교롭게도 사쿠라이는 다른 지역으로 출장을 떠났다. 알고 지낸 시간이 긴 만큼 연애 생활도 달콤하겠지 싶었지만, 만날 수 있는 기회는 1년에 다 여섯 번뿐이었다. 그렇게 4년, 이틀이라는 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았고 그래서 알찬 캠핑을 계획한 것인데.

  "맑다며, 구름 한 점 없을 거라며."

  난 애꿎은 스마트폰 액정만 손가락으로 쿡쿡 눌러댔다. 환한 미소를 품고 있는 태양의 그림이 묘하게 기분이 나쁘게 느껴졌기 때문이라. 하지만 난 곧 그 행동을 멈췄다. 언제까지고 이럴 생각은 없다. 일단 나의 쇼와 함께니까.

  "캠핑장은 환불 됐대?"

  내가 더이상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본 사쿠라이가 나에게 물었다.

  "응, 전액 환불이라네. 다행이지."

  "다행이네."

  "...이제 앞으로 뭐하지?"

  와이퍼가 좌우로 움직이는 소리가 점점 커져만 갔다. 이제부터 뭘 해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이런 암울한 내 기분을 뒤바꿀 수 있을까. 그리고 그 해결책은 너무나 단순했고 간단했다.

  "소고기?"

  사쿠라이와 내 눈이 마주쳤다.

 

  모든 준비가 완벽했다.

 

  일주일 전 고객 만족도가 높다는 금품 가게에서 반지를 주문했고, 사흘 전 당일 날 입을 옷을 골랐다. 어젠 자동차의 기름통에 휘발유를 모두 채워놓았고, 오늘은 아주 중요한 물건인 반지 함을 내 주머니 깊숙한 곳에 넣고서 나왔다.

  역시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지만 말이다. 이런 우중충한 날씨일 거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 내가 예상한 변수에 이런 변수는 존재하지 않았다.

  "괜찮아, 형. 난 정말 괜찮대도."

  솔직히 말하자면 난 정말 괜찮았다. 어쨌든 나의 사토시와 함께니까. 이대로 나가서 비를 맞든 값싼 호텔을 잡아 하룻밤을 지내든, 형과 함께라면 난 어디서든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반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은 날이 아니니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것이 맞겠지. 그런 생각을 하니 내 안의 우울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소고기 얘기를 꺼낸 후 우린 오노 형네 집으로 방향을 틀었다. 잔뜩 사두었던 신선한 바베큐용 소고기를 먹기 위하여. 바베큐는 아니지만 그대로 어떠하랴, 둘이서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난 만족하고 있다.

 

 

  "헉"

  "왜, 왜? 고기가 별로야?"

 

 

  심각한 표정의 형에게 난 다급하게 물었다. 이 상태에서 음식까지 안 맞으면 큰일이다. 난 나가서 다른 고기를 사 올까 하는 생각을 하다,

  "아니, 너무 맛있어."

  급기야 웃고 말았다.

 

 

  "...풋, 아하하!"

 

 

  웃은 이유는 한가지가 아니었다. 당연히 형의 표정이 너무 웃기기도 했지만, 그런 형을 대하는 내 반응이 너무 웃겨서 말이다. 고기를 한 점 먹고 심각한 표정을 짓는 형을 보고 벌써 머릿속에서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하고 있는 내 자신이, 마치 로맨스 코미디 속 주인공을 사랑하는 사람 같아서.

 

  배를 잡으며 웃는 나를 보고 얼굴에 물음표를 한가득 띄우고 있는 형을 바라보자니 난 한가지 충동이 머릿속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결국 주머니 속에 잠들어 있는 자그마한 상자를 손에 잡고 말았다.

 

 

  "형, 우리 다음번엔 꼭 캠핑 가자"

  "당연하지"

  "날씨 좋은 날에"

  "응"

  "그리고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오늘과는 다를 거야"

 

 

  난 내 남자 앞에 자그마한 상자를 내밀었다.

 

 

  "이 반지를 꼭 끼고 가자."

 

 

그리고 마침내 그 상자를 열어 형에게 보여주었다.

  "나랑 결혼해줘, 형."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