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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이상한 카페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물고기 x 레냣

사쿠라이는 남들과 똑같이 돈이 필요했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그 때문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느라 허덕이는 것은 당연했다. 더군다나 여행을 가자는 동기의 말에 떠밀려 제대로 거절하지 못하고 동참해버린 탓에, 여행을 위한 자금을 모으는 것이 너무나도 급했기에 인터넷을 뒤적여 아르바이트 공고를 찾아 지원을 이곳저곳에 해봤지만 전부 다 떨어지기만 했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서점 아르바이트를 지원했지만, 연락이 오지 않아 포기하던 시점에서 때마침 새로 생겼다던 동네 카페 앞을 우연히 지나치며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를 스치듯이 발견했다.

 

[아르바이트 구함.]

 

사쿠라이는, 무작정 카페의 정문을 밀고 매장 안으로 들어섰다. 이름의 크기보다 크게 떡하니 걸려있는 푸른색 물고기 간판의 카페 내부 벽은 하얀색으로 도배 되어있으며, 아기자기한 하늘색의 물고기 아크릴이 이곳저곳에 매달려 있었고, 아예 콘셉트 자체를 하얀색과 하늘색, 그리고 물고기로 잡은 것처럼 깨끗한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손님의 출입을 알리는 물고기 모양의 풍경이 맑은 소리를 내자, 카페 사장처럼 보이는 인물이 소리를 들은 건지 주방에서 빼꼼 나와 곧장 시선을 사쿠라이 쪽으로 향했다. 어리숙한 표정으로 매장 안을 둘러보는 그의 행동을 보고 대충 감을 잡았다는 듯이 카페 사장은 주방에서 나와 걸치고 있던 앞치마에 손을 가볍게 닦더니 그를 향해 먼저 말을 걸었다.

 

"앞에 붙인 아르바이트 구인 보고 들어왔어요?"

"아, 네..."

"얼굴이 마음에 드네, 내일부터 나와요."

"예?"

 

말랑해 보이는 볼과 함께 살짝 뭉개지는 발음으로 말을 하며 미소를 내보이는 사장을 바라보던 사쿠라이는 자연스럽게 그의 앞치마에 걸려있는 금속 재질의 명찰을 바라보았다. '오노 사토시' 약간 제게 보여주는 나른한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하던 그는 얼굴이 마음에 든다는 말 한마디와 함께 곧장 내일 바로 나오라는 말과 함께 악수의 의미로 손을 내미는 오노의 행동에 그저 의문을 띤 표정을 지으며 되묻기까지 했지만, 오노는 사쿠라이의 행동을 천연덕스럽게 넘기며 그제야 이름을 물어봤다.

 

"이름이 뭐예요? 그래도 이름은 알아둬야 하니까."

"...사쿠라이 쇼입니다."

"음, 그래요. 사쿠라이 군. 제 이름은... 뭐 이미 명찰을 봤으면 알겠지만. 오노 사토시예요."

"아. 네..."

"내일부터 이것저것 배워야 할 텐데 오전 11시까지 올 수 있어요?"

"어... 네. 나올 수 있어요."

"그래요. 그러면 내일 봐요."

 

사쿠라이는 제게 내민 그의 손을 잡고 가볍게 흔들며 너무 순식간에 이뤄진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약하게 끄덕였다. 오노는 사쿠라이의 행동을 보다 괜히 웃음이 나오듯 작게 웃다가 그의 어깨를 약하게 토닥여주곤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순식간에 카페 아르바이트생이 되어버린 사쿠라이는 오노의 뒷모습을 바라보기만 하다, 홀로 어색하게 허리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하고 카페를 나서려 하자 주방 안에서 오노가 사쿠라이를 불렀다.

 

"아, 잠깐만요!"

"네?"

"물고기 좋아해요? 아무래도 알아둬야 할 것 같아서요."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주방에서 머리를 빼꼼 내민 오노와 시선이 마주친 사쿠라이는 발걸음을 멈추고 아주 잠깐 골똘히 생각했다. 그는 물고기를 그럭저럭 좋아하는 편인데, 그 말의 의미는 곧 음식의 재료로 쓰일 때만 좋아한다는 것이고 그 이외의 상황에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낚시는 어쩌다 가끔 한번 가봤을 정도였고. 무엇보다 물고기 특유의 공허한 눈, 뻐끔대는 입과 함께 선홍빛으로 움직이는 징그러운 아가미, 비늘 하나하나에 스며들어있는 물비린내를 떠올리면 저절로 거리를 두곤 했지만, 지금은 왠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뭔가 자리를 잃을까 싶은 마음에 약간의 거짓말을 섞어 대답하며 고개를 약하게 끄덕였다.

 

"아, 네. 좋아해요."

"아, 그러면 다행이네. 내일 올 때 놀라지 말고 시간에 맞춰서 와요!"

 

사쿠라이의 대답에 오노는 그를 향해 빙긋 웃으며 의미를 알 수 없는 말과 함께 가벼운 손 인사를 하고선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 모습을 감추자, 사쿠라이는 약간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카페를 나섰다. 생각보다 얼떨결에, 너무나도 쉽게, 구해버린 아르바이트에 오히려 찝찝함을 느끼기까지 했지만 지금 제 상황에 가릴 것이 있나 싶기도 하고, 고정 수입이 생긴다는 상상을 하니 집으로 되돌아가는 발걸음이 저절로 가벼워지기까지 했다.

 

카페에서 일하기로 한 첫날, 사쿠라이는 평소보다 조금 더 단정하게 옷을 입고선 전신 거울에 비치는 제 모습을 바라보다 천천히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거대한 고래가 아파트 단지를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이었다. 사쿠라이는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게 현실인가 싶은 마음에 두 눈을 비벼봤지만, 확실하게 그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고래의 모습이었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소리도, 두려움도 느끼지 못한다고 했나. 사쿠라이가 딱 그런 상태였다. 그저 입을 떡 벌린 채 하늘을 바라보며 유유히 헤엄치는 해양생물의 움직임을 바라보던 그는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게, 무슨...?'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뇌리에 다시 떠오른 아르바이트를 떠올리곤 계속 아파트 단지를 맴돌듯 헤엄치는 고래의 움직임을 뒤로하고 서둘러 거리로 나서니, 고래는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는 것처럼 지나가는 사람들의 주변에 해양생물들이 한 마리씩은 꼭 헤엄치며 맴돌거나 어디 한 부위에 꼭 붙어있거나 하는 모습이 길거리에 널려있었다. 사쿠라이는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곳이 평범한 길거리인가, 아쿠아리움인가 싶은 생각이 들 때 즈음 그의 눈앞에 오늘부터 자신이 일할 카페가 들어오자마자 도망치듯이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오히려 길거리가 조금 더 평범하게 느껴질 정도로 매장의 안은 마치 어항 속처럼 물로 가득 찬 것처럼 카페 내부에 배치되어있는 조명을 머금은 물결이 일렁이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사쿠라이는 제 앞에 펼쳐진 장관에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다 눈앞을 유유히 지나가는 화려한 색의 구피를 보고선 정신을 번뜩 차리고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매장을 가볍게 둘러보니, 카운터에서 제 모습을 즐기듯이 바라보던 오노의 미소가 눈에 들어왔다. 사쿠라이는 이 광경에 무어라 말을 해야 하는데, 현실에서 말하면 미친 소리처럼 취급받을 상황에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그저 입을 벙긋거리기만 했다. 물론, 그런 사쿠라이의 모습을 본 오노는 되려 천연덕스럽게 먼저 선수 치듯 입을 열었다.

 

"오늘 물고기들이 꽤 활발하죠? 시간 딱 맞춰 와 줘서 고마워요."

"...이, 이거 제가 지금 잘못 보고 있는 거 아니죠?"

"어라, 처음 봐요? 이상하네."

"예?"

"나는 당신이 잘생겨서 인어인 줄 알았죠."

"그건 또 무슨 소리예요?"

 

오노는 자신이 말실수한 것을 뒤늦게 깨닫고 아차, 싶은 표정을 짓다가도 뭔가 말하고 싶은 듯 입술을 움찔대다 결국엔 검지 손가락으로 볼을 약하게 긁다가 말을 마저 이었다.

 

"대부분 인어는 외모로 사람을 홀리는 게 특징이라서요. 간만에 동족을 만났나 싶었는데."

"아, 음... 저는 놀랍게도 인간이네요. 죄송합니다? 그래도 칭찬이니까 기쁘게 받아들일게요."

"그래도 잘생겼으니까 일해줘요. 점원이 잘생기면 손님이 끊임없이 오니까."

 

솔직하게 말하면, 사쿠라이는 오노의 말 대부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머릿속에 남은 단어는 '인어' 하나뿐이었다. 전설로만 생각되었던 종족이 자신의 앞에서 스스럼없이 말하곤 나른한 표정과 함께 하품을 쩌억하는 모습에 평소 인어에 대해 갖고 있던 환상이 깨지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그가 보통 상상하던 이미지라는 것은 미디어에서 흔하게 표현되는 모습들이었지만. 이내 사쿠라이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도 내심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이 사람과 일하게 된 이상, 제 일상이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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